건축현장에서 목수일을 하는 김모(47)씨는 1~2년 전부터 일이조금 많은 날이면 팔꿈치가 뻐근하고 손이 저릿저릿한 증상을 느꼈다. '힘든 일을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며 가볍게 넘겼다는 것.
하지만 요즘 들어 점점 주먹에 힘이 없어지더니, 실수로 물건을 놓치는 일이 수차례 반복됐다. 병원에서 X레이 촬영과 근전도 검사를 통해 진단 받은 병명은 팔꿈치터널증후군이었다.
MS재건병원 하성한 원장은 "손이 저린 경우 신문이나 방송에서 흔히 접하는 '손목터널 증후군'을 쉽게 떠올리지만 '팔꿈치터널 증후군'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팔꿈치터널 증후군은 손목터널 증후군에 이어 손과 팔에서 두 번째로 흔히 말초신경압박 증후군으로 팔꿈치 관절 부근에서 척골신경이 눌려서 생기는 질환이다. 이에 주관증후군 혹은 척골신경압박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하 원장은 "손목터널 증후군은 정중 신경이 눌려서 엄지, 검지, 중지에 해당되는 손바닥 피부의 감각장애가 나타난다"며 "이에 반해 척골신경은 4번째 손가락의 일부와 5번째 손가락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으로 척골신경이 손상되면 새끼손가락 부근의 감각 장애와 손가락 사이사이의 근육 위축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팔꿈치터널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팔꿈치의 통증과 함께 약지와 새끼손사락 부분의 손 저림과 이상감각, 통증 등을 들 수 있다.
하 원장은 "심한 경우에는 손가락들 사이의 근육이 말라서 살이 빠진 것처럼 보이고, 특히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구부러져서 마치 갈퀴모양으로 변하기도 한다"며 "이 근육들은 일반적으로 손가락이 정밀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마비되면 손으로 하는 정밀한 작업이 어려워지며 물건을 움켜쥐는 힘이 떨어지는 등 손의 주요 기능에 차질이 생긴다"고 충고했다.
이 때 치료를 하지 않으면 손아귀의 힘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옷 단추를 채우거나 병 따기, 문고리 잡기, 동전 집기 등 일상생활에 불편이 심해진다.
하 원장은 "손아귀의 힘이 현저히 줄어드는 증상을 지연성 척골신경마비라고 하는데 어릴 때 팔꿈치의 골절치료를 잘못받아 팔꿈치가 밖으로 휘는 경우에 특히 잘 발생한다"며 "손가락 중에서 특히 4번째와 5번째의 감각이 떨어지고 저리다면 이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팔꿈치를 1분가량 구부리고 있을 때 증상이 악화된다면 일단 주관증후군을 생각할 수 있다. 팔꿈치를 구부리고 자다가 저려서 잠을 깨기도 하고, 낮에도 주관절을 반복적으로 구부리는 작업을 하면 손이 저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한 예이다. 이 밖에 확진을 위해서는 방사선 검사와 근전도 검사 등도 필요하다.
하 원장은 "수근관 증후군과 마찬가지로 손이 저리면 혈액순환이 잘 안돼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엉뚱한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상당수의 환자들은 증상이 진행되서 손의 변형이 온 이후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잦다"고 지적했다.
치료는 팔꿈치를 구부러지지 않게 받쳐주는 신전부쪽이나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약물치료 등이 있다. 물론 이런 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 수술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수술방법은 척골신경을 팔꿈치관절의 앞쪽으로 옮겨주거나 신경을 압박할 수 있는 뼈의 일부를 절제해주는 수술 등이 있다.
하 원장은 "수근관 증후군과는 달리 주관증후군은 신경이 어느 한 부분에서만 눌리는 것이 아니라 보통은 주관절부군의 인대에 의해 눌린다"며 "하지만 그 상방이나 하방에서도 눌릴 수 있기 때문에 수술 시 팔꿈치 관절의 위, 아래 모두 척골 신경을 따라가면서 신경을 압박하는 구조물이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